그게 뭐 어때서?
나인의 곁에는 항상 미래와 현재가 있습니다. 셋은 비밀도 공유하는 절친한 사이죠. 미래가 엄마의 애인이 여자라는 걸 밝혔을 때, 나인과 현재도 아무렇지 않게 털어 놓습니다. 나인은 엄마 아빠 얼굴도 모르고 현재는 아직도 가끔 무서워서 누나와 함께 잔다고 말이에요. 이렇게 상대방이 쉽게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털어 놓을 때, '그게 뭐 어때서?'라는 느낌의 대답도 또 하나의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나인과 대결했던 어떤 선수들은 지면 나인이 억지로 메달을 빼앗은 것처럼,
그렇게 무언가를 뺏긴 것처럼 투구 사이로 흐른 땀만큼이나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는데
나인은 어째서인지 눈물이 나지 않았고,
그러다 언젠가 그 간절한 눈물에 지고 말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운동 신경이 타고난 나인은 태권도에서도 두각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자신은 태권도 시합에서 져도 눈물이 나지 않고, 누군가는 뺏기기라도 한 듯 우는 걸 보면서 선수 생활을 접기로 결심하죠. 님은 살아오면서 아쉬움에 눈물 흘릴 만큼 간절하게 바래본 일이 있나요? 저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도 살면서 한 번 쯤은 간절하게 바라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후회 없이 노력해보게요.
누군가가 내 세상을 떠나면 그 사람이 찢고 나간 틈으로 또 다른 세상이 보여.
이 책을 읽을 즈음 저는 소중한 사람 한 명을 아주 먼 곳으로 배웅하고 왔습니다. <나인>에서는 계속해서 삶의 의미와 존재의 소중함을 이야기해요. 아무도 관심 없는 사람의 죽음을 두고 그 사람은 세상에 딱 그 사람 하난데 사라진 거 아니냐며 관심을 갖고, 유학 가는 현재를 두고 앞으로는 모든 걸 함께할 수 없음에 슬퍼합니다. 죽음 앞에서 슬펐지만 '내가 조금 더 오래 기억하면 되지.', '그런 사람이, 그런 세상이 있었다고 잊지 않으면 되지.'하고 오히려 다짐하게 됐어요.
누구든 한 사람은 한 세상이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세상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거예요. 한 사람을 떠나 보내는 게 익숙지 않은 일이라 마음이 힘들었지만, <나인>을 읽으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님에게도 위로가 되어주리라고 믿습니다.
by.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