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량이 큰 별이 진화하는 마지막 단계로, 급격한 폭발로 엄청나게 밝아진 뒤 점차 사라진다.
님, 안녕하신가요?
저는 안녕합니다. 최근 들어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먼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고 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에 걸렸고요. 또 지독한 장염을 앓기도 했죠. 동시다발적으로 찾아온 일들을 하나 둘 감당하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다시 현실로 돌아와 있네요. 코로나로 인한 목에 이물감이 여전히 남아있듯이, 마음도 아직 온전히 추스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발버둥 치지는 않으려고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몸에 난 상처도, 마음에 입은 슬픔도 모두 흐릿해지는 때가 오겠죠. 평범한 하루가 어느 때보다 귀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누벨바그를 보시는 님, 오늘도 안녕하셨으면 좋겠네요.
이번 주는 지친 하루에 위로가 되는 책 두 권을 준비했습니다🤗
This week
✅ 상처를 외면하지 않기, <므레모사>
✅ 별은 사라지기 직전이 가장 빛난다, <파과>
✅ 어서 오세요, <불편한 편의점 2>
✅ 전국에 있는 독립서점이 지도 안에!
ⓒ 현대문학
제목 므레모사
지은이 김초엽
출간 2021. 12. 25.
* 아래는 스포일러 및 주관적 의견이 담겨 있습니다 *
상처를 외면하지 않기
💬 죽음의 땅 '므레모사'에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미스테리하고 심오한 이야기.
사람들은 나를 앉혀놓고
고통과 견딜 수 없는 상실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했다. p.168
유안은 사고로 다리를 잃은 무용수입니다. 사라진 다리를 대신할 의족을 끼운 채 다시 무대에 올랐죠. 모두가 유안을 보고 기대합니다. 그런 아픔을 겪었지만 잘 이겨냈을 거야,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고요. 우리는 왜 타인의 역경과 그걸 이겨낸 모습을 보고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는 걸까요? 이따금 아이러니를 느끼긴 했지만 유안의 심경을 읽고 나니 더욱 분명해집니다.
'나는 나의 고통을 팔아서 생존했고 때로 그 사실에 수치심을 느꼈다.'
Replay
<므레모사>의 내용은 비단 유안 한 사람의 인생만이 아닙니다. 심오한 사회 전반의 이야기를 건네고 있죠. 우리는 자연재해를 비롯한 재난을 맞닥뜨릴까 두려워합니다. 그러면서도 재난 영화를 볼거리로 소비해요. 지난여름 폭우로 인한 수해만 봐도 그렇습니다. 강남 한복판이 물에 잠기고, 불어난 하천 물에 사람이 떠내려가는 상황을 공포스러워하면서도 '더 생생한 모습'을 찾았죠. 왜일까요? 아찔한 순간들을 보면서 '나는 아직 살아있다'라는 생존의 사실에 안도하기 때문일까요?
회복은 노출의 한 형식이다.
The recovery is a form of exposure.
- Sara Ahmed
치유는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다른 이에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님은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상처를 다른 이에게 드러내는 건 괴로운 일이잖아요. 내 상처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그 상처를 보는 타인의 반응까지도 수용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수긍하게 되더라고요. 상처라는 게 덮어두기만 하면 그 안에서 곪고 썩어문드러져 가는데, 공기를 잘 쐬어주고 경과를 지켜보면 또 금세 낫죠. 유안의 상처도 그래요. 혼자서 비참함이라는 방 안에 처박혀 있지 않고, 그녀의 상처를 내보이고 직시하면서 성장할 수 있던 거예요.
by.보니
ⓒ 네이버 도서
제목파과
지은이 구병모
출간 2013.08.10
* 아래는 스포일러 및 주관적 의견이 담겨 있습니다 *
별은 사라지기 전이 가장 빛난다
💬 60대 청부 살인업자 조각의 철저한 삶이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되면서 인생에 변화를 맞이하는 이야기
사라진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 올린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 번쯤은 갖게 되는 지도 모른다.
세상의 해충 같은 사람들을 처리하는 60대 노부인 방역 업자, 조각. 말이 방역 업자지 청부 살인업자와 다름이 없는 그녀는 평생 수도없이 많은 사람의 마지막을 봐왔습니다. '왜 주인공을 60대로 킬러로 그렸을까'하는 생각이 읽는 내내 가장 큰 의문이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마지막'이 있습니다. 잔뜩 움츠려있는 준비 기간을 지나, 가장 밝은 빛을 내는 최고의 시기를 거쳐 끝내 사라지죠. 이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전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희미하게 꺼져가는 사람이 타인의 목숨을 앗아가는 직업을 통해 이야기하니 '삶의 마지막'의 메시지가 더 크게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투우의 눈을 감긴 다음, 역시 무심코 중얼거린다.
이제, 알약 삼킬 줄 아니.
누구에게나 전성기가 있습니다. 깔끔한 처리와 완벽한 방역 실력을 자랑하는 조각에게도 전성기가 있었죠. 그 말인즉슨 이미 그녀의 전성기는 지나갔다는 말입니다. 그녀의 자리를 위협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떠오르는 별, 투우입니다. 이야기 후반부로 가면서 그가 방역 일을 시작한 이유가 점점 밝혀지는데요. 자신에게 큰 상처를 줬던 조각에 대한 복수 때문이었죠. 그렇게나 간절히, 처절하게 투우가 조각에게 듣고자 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복수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삶이 그저 안타까웠습니다. 자신을 갉아먹어 가면서까지 이루고자 하는 것이 누군가의 파멸이라는 건 삭막한 인생이 아닐 수 없으니까요.
'킬러', '노인' 이라는 키워드만 보고는 조각에게 쉽게 매력을 느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다 읽고 나면 잔인하게 살아가는 그녀의 방식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더라고요. 부서져가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사라지기 전에 가장 큰 빛을 발하는 별처럼 느껴졌습니다.
by. 으니
어서 오세요, <불편한 편의점 2>
예전에 인사말을 쓰면서 <불편한 편의점>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술술 읽히면서도 한 장 한 장 너무 재미있어 주변에도 소개를 많이 했어요. 저에게 좋은 감상을 주었던 김호연 작가가 지난 8월 10일에 2편을 발표했습니다. 무척 반가웠어요.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가벼운 독서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번 주말 <불편한 편의점> 정주행을 권해보고 싶네요.
ⓒ 나무옆의자
전국에 있는 독립서점이 지도 안에!
님은 독립서점에 가보셨나요? 저는 국내 여행지에 가면 독립서점이나 작은 소품샵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독립서점은 큰 대형서점과 달리 각 지점마다 특유의 분위기를 갖고 있어서 색다른 느낌을 받으실 수 있는데요. 대형서점에 비해 책은 적지만 그곳에만 있는 보물 같은 책을 만나기도 합니다! 전국에 있는 독립서점을 찾기 쉽게 모아놓은 동네 서점이라는 사이트가 있는데요. 책과 독립서점에 관한 다양한 소식도 접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