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개학을 하고 꽃은 개화를 하는,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시기가 돌아왔습니다! 사실 저는 사계절 중 봄을 가장 선호하지 않아요. 봄을 탄다고나 할까요.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기억 나진 않지만 3월만 되면 알 수 없는 우울감이 몰려오더라고요. 그런데 왠지 올봄에는 즐거운 일이 가득할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님도 따스한 봄만큼이나 편안하고 행복한 3월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누벨바그도 산뜻한 문화의 바람을 불어다 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힘을 내보겠습니다!
오늘은 눈이 즐거운 현대미술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같이 봄 맞이하러 가보실까요?
This week
✅ 두 계절의 온도 <Two Seasons>
✅ 자유로운 춤사위 한 점 <다비드 자맹: 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
✅ 블록버스터 전시가 온다,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 익살스러운 불편한 현실 <마우리치오 카텔란 : WE>
ⓒ 성남큐브미술관
제목 Two Seasons
기간 2022.12.23 ~ 2023.03.19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
* 아래는 스포일러 및 주관적 의견이 담겨 있습니다 *
두 계절의 온도
💬 영국의 현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로즈 와일리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작품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기획 전시.
두 작가의 작품을 한 곳에서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인 로즈 와일리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작품을 한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있습니다. 처음엔 두 작가의 작품을 한번에 전시한다는 게 의아했는데요. 어떤 공통점이 있길래 이 둘을 함께 보여주고자 했을까 궁금했습니다. 와일리는 1934년생, 마틴은 1941년생으로 두 작가 모두 나이가 지긋한 고령의 화가입니다. 또 영국 미술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죠. 상대적으로 로즈 와일리는 국내에서 생소한 작가이기 때문에 이번 전시가 더욱 의미 있습니다. 굉장히 신선한 화풍을 가졌거든요. 마틴의 작품이 감각적이고 색채가 짙다면, 와일리는 직관적이고 어딘지 모르게 유한 느낌이 있습니다.
곱씹어 보면 ?
ⓒ Michael Craig Martin
이 두 그림을 보고 님은 어떤 해석을 하셨나요? 저는 첫 번째 그림을 보고 LOVE와 손이 어떤 연관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손을 맞잡을 때의 온기와 사랑을 연결 시켰어요. 그런데 해설을 들으니 누군가는 'LOVE, LOVE, LOVE' 하고 되뇌이다가 '아, GLOVE의 G를 뺀 LOVE인가?'하고 언어유희를 떠올리기도 한대요. 그런데 이런 생각은 작가의 모국어와 같은 언어를 쓰는 수용자가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상인 것 같아요. 저는 손을 보고 'HAND'라는 영어를 먼저 떠올리지는 않으니까요. 두 번째 그림은 영어 단어 NAME과 거울이 한곳에 있는데요. 이 그림을 보고는 거울로 보는 나의 얼굴과 이름은 내가 살면서 가지는 고유한 정체성이라는 공통 분모가 떠올랐어요. 또 누군가는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겠죠?
우리 일상의 평범한 물건만큼
위대한 것이 또 있을까요?
- Michael Craig Martin
처음 이 전시를 소개 할 때 와일리와 마틴의 공통점을 짚어봤는데요. 전시를 다 본 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을 한 가지 더 발견했습니다. 바로 소재들을 주변 가까이에서 찾는다는 점입니다. 와일리는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나 인상적인 사건들에서, 마틴은 실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물건들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완성합니다. 수용자가 각자의 해석을 할 수 있도록 화두를 던지되, 그 화두가 너무 어렵지 않고 누구나 그들만의 답을 도출할 수 있도록 말이죠. 저는 이 전시가 너무 어렵지 않고 누구나 쉽게 감상할 수 있다는 매력을 느꼈습니다. 예술이 장벽 너머의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이죠.
by. 보니
ⓒ 한국경제신문
제목 다비드 자맹 : 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
기간 2023.02.04 ~ 2023.04.27
장소 더 현대 서울 ALT.1
시간 월-목 10:30~20:00 (입장 및 매표 마감 19:00)
금-일 10:30~20:30 (입장 및 매표 마감 19:30)
* 아래는 스포일러 및 주관적 의견이 담겨 있습니다 *
자유로운 춤사위 한 점
💬 내면의 감정을 외적인 에너지로 표출하는 감성 술사 다비드 자맹의 귀환
다비드의 내면자화상, 댄디보이
2000년대 초반, 다비드는 내면 성찰과 자화상이 결합된 '내면자화상'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냅니다. 내면의 감정을 외적인 요소로 풀어내어 인물 초상을 그려낸 것이죠. 이후 그는 수많은 내면자화상을 그렸는데요. 그가 그린 '댄디'가 내면 자화상의 대표가 아닐까 싶어요. 님은 '댄디'의 기원을 아시나요? 댄디는 19세기 영국 사회에 만연했던 물질만능주의자와 예술 경시자들을 비판하는 예술 애호가 계층을 말합니다. 그들은 흰 셔츠와 꽉 붙는 옷차림을 입고 스스로 신비주의를 추구하며 세상에 무관심한 시각을 갖기도 했죠. 다비드가 재해석한 댄디는 그들이 고수했던 옷차림을 하고 춤을 추거나 소파에 누워있는 등 내면의 자유로움에 집중한 모습이었습니다.
그가 존경을 표하는 방식
다비드는 선배 예술가들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해요. 존경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그들의 그림을 재해석했는데요. 모네, 드가와 같은 인상파 작가들을 시작으로 입체파에 혁명을 가져온 피카소까지. 대부분 프랑스와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는 화가들이죠. 그중에 그가 가장 존경하는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아이리스, 삼나무가 있는 밀밭, 자화상 등 다비드만의 느낌으로 표현한 반 고흐의 명작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술작품은 작가의 의도보다도 수용자의 시각에 따라 전달되는 의미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본 반 고흐의 자화상과 다비드가 본 반 고흐의 자화상은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겠죠. 다비드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그림들을 보면서 하나의 작품을 다양한 시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다비드 자맹 <살다>
자유 = 살다
다비드의 작품을 보다 보니 '참 자유롭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습니다. 눈을 편안히 감은 채로 역동적인 춤을 추고 있거나, 햇살 비추는 광장에 앉아있는 등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죠. 위에 보이는 그림은 '살다'라는 작품인데요. 바로 옆에 비슷한 작품이 '자유'라는 이름으로 걸려있어요. 자유, 그리고 살다. 한참을 멈춰 서서 멍하니 두 작품을 바라보는데, 문득 '자유로운 것만이 살아가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 모두는 때때로 자유를 포기한 채로 규칙적인 사회 안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며 살아가잖아요. 그럼에도 어떤 순간에는 한없이 자유로움을 느끼며 님이 살아있음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춤을 추거나, 해맑게 웃거나, 또 펑펑 울면서 말이에요.
by. 으니
블록버스터 전시가 온다,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피카소와 샤갈, 앤디 워홀의 작품을 한 전시회에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특별한 전시가 바로 3월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립니다. 이번 전시는 독일 쾰른 최초의 현대 미술관인 루드비히 미술관과의 긴밀한 협업으로 성사되었습니다. 20세기 거장들의 정수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는 오는 3월 23일까지 '파이널 얼리버드'로 예매할 수 있습니다.
ⓒ 마이아트뮤지엄
익살스러운 불편한 현실 <마우리치오 카텔란 : WE>
요즘 가장 핫한 무료 전시 하나를 소개해 드릴게요! 이 시대 가장 논쟁적인 작가로 유명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WE가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진행됩니다! 카텔란의 작품들은 극사실적인 조각과 회화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무례하고 뻔뻔한 태도로 현실의 불편함을 직시하도록 표현한 방식이 눈에 띕니다. 그의 도발적인 표현 방식은 때론 웃음을 주기도 하는데요. 마치 익살스러운 희극 한 편을 미술품으로 표현한 것 같죠. 지난 1월 31일부터 시작된 전시 <WE>는 오는 7월 16일까지 진행됩니다! 기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풀리는 티켓은 무료로 리움미술관 사이트에서 예매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