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어떤 추석을 맞이하고 계신가요? 옛날부터 '풍성한 한가위되세요' 하고 인사를 나누곤 했는데요. 한 해 동안 열심히 살아온 우리가 그 보상을 풍성하게 누리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요. 시골에서 가족들과 정겨운 시간을 보내고 계실 수도 있고, 혼자서 자취방에서 푹 쉬는 시간을 갖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우리에게 주어진 방학과도 같은 이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든 풍성하게 누리셨으면 좋겠어요. 혹시라도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지 못할지라도, 하루 정도는 온몸이 늘어지도록 쉬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하시길 바라며!
오늘은 재미있는 책 두 권을 준비했습니다😃
This week
✅ 선인장 신에게 빌어볼게요 <랑과 나의 사막>
✅ 누구에게나 뭔가에 홀린 듯한 순간이 있잖아 <일주일>
✅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요? <트렌드 코리아 2024>
✅ 신선한 상상의 끝을 달리는 구병모의 신작 <이야기 따위 없어져 버려라>
ⓒ 현대문학
제목 랑과 나의 사막
지은이 천선란
출간 2022. 10. 25.
* 아래는 스포일러 및 주관적 의견이 담겨 있습니다 *
선인장 신에게 빌어볼게요
💬 생명을 찾기 힘들어진 아주 먼 미래, 사막 한가운데서 살고 있는 로봇 고고에게 동반자 랑이 죽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인간의 삶은 아주 짧아서
모든 건 빛처럼 반짝하고 지나가거든.
인간은 지구에 살고 있는 동물 중에서도 아주 수명이 긴 편입니다. 살면서 다른 동물들의 마지막을 경험하는 일이 많죠. 가까운, 소중한 존재들의 죽음에 우리는 무력감마저 느낍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드뭅니다. 어떤 동물이 인간과 한평생 함께 하다가 인간보다 오래 사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휴머노이드를 소재로 하면 그게 가능합니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지고, 인간을 위해 쓰임 당하다가 인간의 마지막까지 곁을 지키죠. 살아있다고 보긴 어려워도 생명체만큼 인간을 생각합니다. 몇 백, 혹은 천 년 넘는 시간을 산 로봇의 시선으로 보는 인간의 죽음은 어떤 것일까요.
아니. 마음에 드는 걸 선물해야 해.
그래야 너한테 준 걸 내가 보고 싶어서
자꾸 너를 보러 오지.
님은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 어떻게 고르세요? 저는 상대방이 받아서 기분 좋을 게 뭘까, 정말 필요한 게 뭘까를 많이 고민해요. 대개의 사람들이 그렇듯요. 그렇지만 소설 속 랑은 로봇 고고에게 이렇게 가르칩니다. 내가 마음에 드는 걸 선물해야 내가 계속해서 너를 찾게 될 거라고. 되게 신선했어요. 물론 너무 기상천외한 선물을 하면 받는 사람이 당황하겠지만요. 내가 준 이 선물을 지니고 있는, 사용하고 있는 상대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계속 보러 간다니. 이게 사랑이 아니면 무얼까요.
거치지 않은 감정은
지나가는 게 아니라 몸에 쌓인다.
가끔 저는 오롯이 견디기 힘들어 이 시간이 빨리 지났으면 하는 때가 있습니다. 쓰나미 같은 감정이 저를 삼키지 않았으면 해서요. 그럴 때면 일부러 활동량을 늘리고,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기도 하죠. 그런데 지나고 보면요. 감정들이 사그라들어 소멸된 게 아니라 제 안 깊숙한 곳에 남아있는 거였어요. 깨달은 점은, '총량의 법칙'처럼 제가 감당해야 하는 감정은 변함 없다는 거.
그리움은 감정 중 시효가 가장 길다.
랑이 어머니 조를 애도하듯이, 고고가 랑을 기억하듯이, 알아이알아이가 주인을 찾아 헤매듯이. 우리가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게 힘든 이유는 시효가 가장 길기 때문이겠죠. 또한 그 긴 시간동안 몸에 쌓이지 않도록 모두 소화해내야 하고요.
by.보니
ⓒ 창비
제목 일주일
지은이 김려령
출간 2019.05.15
* 아래는 스포일러 및 주관적 의견이 담겨 있습니다 *
누구에게나 뭔가에 홀린 듯한 순간이 있잖아 <일주일>
💬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떠난 외지 이스탄불, 그곳에서 만난 뜨거운 일주일
사랑, 그것이 만들어낸 지독한 일주일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떠난 이스탄불에서 우연히 만난 도연과 유철은 단번에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낯선 땅에서의 운명적인 만남이라, 너무 로맨틱하지 않나요? 하지만 그들의 사랑을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았습니다. 싱글맘이었던 도연과 유부남이었던 유철의 만남이었기 때문이었죠. 유철은 이스탄불에 가기 전부터 아내 정희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습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의 문이 닫혀 등을 돌린 상태였죠. 그렇다고 유철이 유부남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요.
먼 곳에서의 너무 짧은 사랑으로
더 욕심낼 틈도 없이 보낸 사람이었다.
그랬던 그가 이곳에서 불쑥 나타났다.
이스탄불에서 아름다웠던 일주일을 보냈던 두 사람은 함께 나눴던 사랑을 그곳에 두고 각자 삶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몇 년 뒤 두 사람은 한 행사에서 작가와 국회의원으로 다시 만나게 되는데요. 또다시 운명적으로 말이죠. 이미 돌싱이 된 유철이기에 망설일 이유가 더더욱 없었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죠. 이스탄불에서의 '일주일'이 운명의 시발점이 된 거죠. 그 운명의 시작이 두 사람의 사랑을 휘청이게 만드는 사건이 생깁니다. 바로, 유철의 전처 정희가 이스탄불에서의 그 일주일에 대해 불륜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말입니다. '사랑'이라는 오묘하고도 복잡한 관계를 둘러싼 세 사람의 이야기.
멈출 수 없는 김려령의 소설
<트렁크>라는 김려령 작가의 소설을 재밌게 읽었고, 지난 누벨바그에서도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데요. <트렁크>와 마찬가지로 <일주일> 평범하지 않은 구성이 돋보이는 책이었어요. 전개가 깔끔하면서도 복잡했고, 표현 방식은 간결하게 묘사된 듯하면서도 두세 번 읽어야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죠. 단순한 인물 관계를 보다 더 긴장감 넘치게 표현하는 김려령 작가의 독특한 필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랑은 좀 안 맞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놓을 수 없는. 알다가도 모를 매력을 가진 소설, <일주일>이었습니다.
by. 으니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요? <트렌드 코리아 2024>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베스트 셀러에 오르는 시리즈가 있습니다. 바로 <트렌드 코리아>! 올해도 어김없이 <트렌드 코리아 2024>로 찾아왔는데요. 10월 5일 출간 예정으로 벌써 예약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청룡의 해라는 내년 한 해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보내면 좋을지, 어떤 흐름을 타야 할지 고민된다면 참고해보셔도 좋겠네요.
ⓒ 미래의창
신선한 상상의 끝을 달리는 구병모의 신작 <이야기 따위 없어져 버려라>
독특한 소재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는 소설가 구병모의 신간이 출간됐습니다! 저는 구병모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과 표현을 좋아해서 신작을 굉장히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이야기 따위 없어져 버려라>는 데이터에서 도망쳐나온 '잉게'와 그를 포획하기 위해 나선 '사서 Q'의 이야기를 그렸다고 합니다.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에 또다른 상상력을 더한 소설, 독특하게 다가오는 것 같네요. 기회가 된다면! 리뷰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