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키스탄 무장 단체에 인질로 잡힌 금융계 엘리트 닉이 비좁은 포로 수용소 안에서 무장단체원 바시르와 함께 자신의 몸값 천만 달러를 벌기 위해 벌이는 금융 스릴러 이야기.

신선한 소재

금융 스릴러 연극을 살면서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요? 이 연극을 처음 알게됐을 때 너무 흥미로워서 꼭 한 번 봐야지 마음 먹었어요. 상세 페이지를 몇 번을 읽어봐도 제 무지한 머리로는 그림이 그려지질 않았습니다. 이 연극을 봐도 내가 온전히 이해를 다 못할까 걱정도 됐고요. 실제로 극 초반부에는 거의 이해를 못했어요. 저는 1층 뒷쪽 자리에 앉아서 관람했는데 다른 객석 반응을 살피면서 '나만 이해 못하나?', '나만 못 따라가나?' 바쁘게 눈동자를 굴렸네요.

그렇지만 보다보니 자연스레 이해 되더라고요. 극 중 닉을 제외한 다른 등장인물들은 관객들처럼 배경지식이 없기 때문에 닉이 설명해주는 대목들이 많아 충분히 보충이 됐어요. 내용이 어려울까봐 관람을 망설이지는 않아도 됩니다!

삶의 축소판

공간적 배경이 파키스탄인 만큼 인물부터 세세한 설정들이 낯섭니다. 탈레반, 자본주의, 무슬림 등 대한민국에 사는 저로서는 한참 멀게만 느껴졌는데요. 극이 전개될수록 묘한 기시감을 느꼈어요. 영국에서 겪은 인종 차별과 권력이 없어 당해야 했던 가족들의 수모에 분노하며 대의를 위해 무장 단체에 임하는 바시르, ‘돈이 인민의 아편’이라고 말하며 알라의 선지자인 척 사람들을 선동하지만 사실은 부정부패에 찌들어 있는 이만, 아픈 어머니를 두고 한없이 어리고 순수할 때 무장단체에 들어와 시간이 흐를수록 때묻어가는 다르. 거기다 자신과 관련된 일 외엔 관심이 없어 제3세계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에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미국인 닉까지. 이들의 갈등과 이야기를 비단 허구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한정된 무대를 활용한 연출

연극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연기자와 관객이 아주 가까이에서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나가는 매력이 엄청나죠. 반면 화려한 스케일의 영화나 긴 분량의 드라마와는 다르게 한 공간에서 진행되는 특성상 무대 연출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연극이 암전 되는 동안 미닫이 방식의 배경 등을 이용해 공간 이동을 보여주죠. 그런데 <보이지 않는 손>은 공간적 배경이 이동하지 않고 수용소 안 닉의 감방에서만 극이 전개돼요. 이렇게만 보면 너무 지루할 거 같은데 이 한정적인 무대 위에서 조명과 소리 활용이 정말 기막혀요. 특히 극의 클라이맥스인 후반부 조명 활용은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을 저 또한 배우고 왔답니다.

by.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