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제가 하고 싶었던 서핑을 다녀왔어요. 저는 아직 초보라 다들 머릿속으로 떠올릴 법한 멋있는 모습으로 타진 못했지만, 그냥 그 순간을 즐기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답니다. 여행 가서 새로운 사람들과 말도 많이 트고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그 중 어떤 이가 한 말이 인상 깊었어요. 제가 보기에는 걱정할 거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본인 스스로는 서핑 같이 좋아하는 걸 맘껏 하지 못하고 반복된 굴레에 청춘을 쏟아야 한다는 게 아쉽대요. 저는 안정추구형이라 사실 완전히 이해하진 못하지만요.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대상이 있다는 게 참 신기하고 부러웠어요. 님은 그만큼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나요?
이번 주는 영화 두 편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This week
✅ 님의 오늘은 어떤가요? <에브리바디스 파인>
✅ 그 집이 내 집이었어야 해 <콘크리트 유토피아>
✅ 지옥을 떠나 또다른 지옥으로 <화란>
✅ 누명을 벗겨줄게 <소년들>
ⓒ 미라맥스
제목 에브리바디스 파인
감독 커스 존스
출연 로버트 드니로, 드류베리모어, 케이트 베킨세일, 샘 록웰
개봉 2009.
시청플랫폼 Watcha / Tving
* 아래는 스포일러 및 주관적 의견이 담겨 있습니다 *
님의 오늘은 어떤가요?
💬 현실에 치여 고향에 찾아오지 못하는 네 남매를 만나기 위해 직접 떠난 홀아비 프랭크. 그곳에서 마주하게 된 사랑하는 아이들의 현실.
아이들을 만나기 위한 아버지의 배낭여행
8개월 전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백발의 신사 프랭크. 주말 저녁에 함께 모여 식사를 하기로 했던 자녀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방문 취소하게 되는데요. 아이들이 어렸던 시절처럼 함께 모여 밥 한 끼 하길 원했던 그는 직접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가장 먼저 예술가 아들 데이비드 집을 방문하는데요. 하루를 기다려도 데이비드가 나타나지 않자, 그는 대문 밑으로 편지봉투를 넣어두고 발걸음을 돌립니다. 이후 커리어 우먼이 된 에이미, 음악가가 된 로버트, 무대 위 댄서가 된 로지에게까지 차례대로 방문하죠.
사랑하는 아이들의 거짓말
프랭크는 아이들과의 만남에서 어딘가 이상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 느낌의 이유를 깨닫게 되죠. 집에 나타나지 않은 데이비드를 시작으로 네 남매는 아빠에게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남편과 별거를 하고 있다는 사실, 아이를 낳게 된 사실, 직업을 바꾸게 된 사실. 프랭크는 다 큰 아이들의 거짓말이지만 작은 언행만으로 단박에 알아차립니다. 하지만 모르는 척 눈 감습니다. 그리고 묻죠. '네 형제 데이비드는 대체 어디에 있니?'
ⓒ 미라맥스
함께라면 EVERYBODY's FINE
성인이 되고, 사회에 나가보니 깨닫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부모님의 안부 인사에는 종종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죠. 험난한 세상에서 매일매일 행복할 수는 없잖아요. 그럼에도 부모님의 물음에는 늘 "난 잘 지내", "괜찮아"하며 거짓말을 합니다. 부모님은 압니다. 나의 딸이, 나의 아들이 잘 지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요. 하지만 그들은 눈 감고 속아넘어가죠. 그럼에도 우리는 이 의례적인 안부를 왜 주고받는 걸까요. 사랑하는 이의 맹목적인 응원이, 걱정의 한마디가 마음에 깊이 와서 박혀 온몸으로 독이 퍼지듯 퍼져나가 다시 살아갈 힘이 되어주기 때문 아닐까요. 님도 오늘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 한 통 해보세요. "잘 지내니?" 하는 말과 함께요.
by. 으니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목 콘크리트 유토피아
감독 엄태화
출연 이병헌 박보영 박서준
개봉 2023.08.09.
* 아래는 스포일러 및 주관적 의견이 담겨 있습니다 *
그 집이 내 집이었어야 해
💬 모든 게 무너진 서울 한복판, 유일하게 우뚝 솟아있는 '황궁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니가 사는 그 집 세상에 공개된 수많은 디스토피아물 영화가 존재하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소재가 돋보입니다. 대지진이 모든 걸 휩쓸고 간 서울에 유일하게 건재한 아파트가 있습니다. 바로 '황궁아파트'인데요. 모든 일이 여기서 일어납니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폐허가 된 세상 속에서 우뚝 솟아오른 이 건물을 지키고자 투쟁하고, 바깥의 사람들은 그곳에 어떻게든 들어가려고 애를 쓰죠. 이 과정에서 바깥의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포용하자는 이들과 예외는 없다고 외치는 이들의 갈등도 눈여겨 볼 포인트입니다.
또 다른 황궁아파트
영화를 보면서 언제든 이런 일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상황이 조금 허무맹랑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요. 우리 사회 곳곳에 이름과 장소, 모습만 다를 뿐 각양각색의 '황궁아파트'가 존재합니다. 주변과의 조화와 공생을 무시한 채 오로지 가까운 이익에만 집중하는 집단들이 있죠.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하는 이중적인 마음이 드는데요. 영화의 말미를 보면 아시겠지만 결국 우리는 모두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공동체입니다.
배우의 연기 '연기파 배우'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님은 이 단어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묘하게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해요. 일타 강사에게 '강의파 강사', 맛집 주방장에게 '요리파 셰프'라고 하지 않잖아요. 배우가 연기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말이에요. 그치만 이번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면서 배우의 연기 실력이 얼마나 몰입에 영향을 끼치는지 실감했습니다. 배우들이 연기를 아주 잘하니 정신을 딴 데 팔 겨를이 없더라고요. 몰입도 높은 영화를 간만에 찾고 계신다면, <콘크리트 유토피아> 아주 강력 추천합니다!
by. 보니
지옥을 떠나 또 다른 지옥으로 <화란>
개봉 전부터 웰메이드 영화로 칸 영화제까지 초청된 영화가 있습니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아슬아슬한 이야기, <화란>입니다. 송중기의 노 개런티 작품으로 알려진 영화 <화란>은 지난 11일 개봉했는데요. 연규 역의 신인배우 홍사빈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욱 비린내 나는 현실로 들어가게 된 한 소년의 처절한 몸부림! 이 가을을 뜨겁게 만들어 줄 <화란>에서 볼 수 있습니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누명을 벗겨줄게 <소년들>
1999년 2월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에 위치한 나라슈퍼에서 강도치사 사건이 일어납니다. 세 명의 강도가 일으킨 범행인데요. 이 과정에서 마을 인근에 살던 청년 3명이 범인으로 지목됩니다. 형까지 확정되지만 결국 거짓자백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재수사가 이루어진 사건입니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영화가 오는 11월 1일 개봉합니다. 설경구, 유준상, 진경이 출연합니다.